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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 & BIZ] 버추얼 유튜버 잇따라 등장

2019.04.04

CG나 실시간 동작 감지 센서로 사람처럼 행동하는 3D 캐릭터
국내 첫 버추얼 유튜버 세아… 게임 팬과 소통 위해 만들어져

최근 교육부가 주관한 청소년 진로 조사에서 초등학생 희망 직업 5위에 유튜버(youtuber)가 올랐다. 동영상 서비스인 유튜브 개인방송을 통해 10억원대 연봉을 버는 대도서관, 밴쯔와 같은 인터넷방송 진행자가 되고 싶다는 것이다. 희망 직업 10위 안에 유튜버가 든 것은 처음이다.

몇 년 뒤에는 이 같은 트렌드도 바뀔 수 있다. 버추얼(virtual·가상) 유튜버 때문이다. 이는 컴퓨터 그래픽 혹은 실시간 동작 감지 센서를 활용해 마치 사람처럼 행동하고 말하는 3D(3차원) 캐릭터를 뜻한다. 일본에선 브이(V)튜버라는 이름으로 현재 5800여 명이 활동 중이다. 올 들어 한국에도 속속 버추얼 유튜버가 등장하고 있다. 고액의 출연료, 스캔들 우려, 빡빡한 스케줄도 없는 매력적인 유튜버에 기업도 주목하고 있다.

세아·지아·피피…버추얼 유튜버 등장

국내 첫 버추얼 유튜버는 게임회사 스마일게이트가 작년 7월 선보인 세아다. 게임 팬과의 소통을 위해 만든 19세 소녀 캐릭터로, 현재 구독자는 5만6000여 명. 인간 유튜버처럼 인공지능이 페이스북에 가입하면 벌어지는 일 유명 버추얼 유튜버의 은밀한 사생활 몰래 보기와 같은 영상을 만들어 올린다. 일부 영상은 조회 수가 25만 회를 넘을 만큼 인기다. 방송 시작 1주일 만에 일본 버추얼 유튜버 순위 사이트에서 인기 순위 2위에 오르며 주목을 받았다. 이 회사는 지난 1월 세아를 주제로 한 상품 공모전을 열어 머그컵, 기념주화를 만들고 판매 수익금을 사회공헌 활동에 쓰겠다고 밝혔다. 유명 연예인 뺨치는 행보다. 작년 11월에 등장한 초이는 치킨을 먹는 먹방 동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지난달에는 두 회사가 버추얼 유튜버를 잇달아 내놨다. 교육출판 기업 미래엔은 지난달 버추얼 유튜버 지오, 피피를 앞세워 살아남기TV란 채널을 만들었다. 2500만 부가 팔린 학습만화 살아남기의 인기를 유튜브에서도 이어가기 위해서다. 만화책 주인공의 실물 3D 모형을 만든 뒤 컴퓨터 그래픽을 통해 자연스럽게 움직이게 만들었다. 목소리는 성우들이 스튜디오에서 직접 녹음하고, 현실감을 위해 조명으로 그림자 효과까지 줬다.

유튜버 300여 명이 소속돼 있는 샌드박스네트워크도 지난달 버츄얼 몬스터라는 유튜브 채널을 개설했다. 10대 청소년을 겨냥한 콘텐츠를 만들겠다며 외계에서 온 도깨비(도차비)와 구미호(호요리)를 콘셉트로 두 명의 가상 유튜버를 내세운 것이다.

버추얼 유튜버의 원조 격은 2016년 일본에서 선보인 기즈나 아이다. 순정 만화에 나올법한 미소녀 캐릭터인데 250만 구독자를 보유한 글로벌 스타다. TV 방송에 출연해 유명인과 함께 춤을 추고 일본 정부 관광국(JNTO)의 홍보대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일본에는 수많은 개성을 가진 5800여명의 버추얼 유튜버가 있다. 국내 인기 게임인 배틀그라운드를 진행하는 동영상을 주로 올리는 브이튜버도 있을 정도다.

국내의 버추얼 유튜버 기술도 점차 진화하고 있다. 현재 대다수 버추얼 유튜버는 만화영화 수준이지만 점차 사람과 흡사한 모습으로 만드는 것이다.

미국 디즈니·넷플릭스와 협업한 국내 영상 전문기업 자이언트스텝이 지난 1월 선보인 지아가 대표적이다. 이 여성 유튜버는 실제 인간의 모습을 재현한 것이 특징이다. 동작감지(모션캡처) 기술을 통해 가까운 곳에서 사람이 움직이거나 춤을 추면 1초 이내에 똑같은 동작을 재현한다. 머신러닝(기계학습) 기술을 바탕으로 사람의 말, 행동을 지속적으로 학습해 의도한 바를 좀 더 빠르고 정확하게 구현해낸다. 자이언트스텝 신원호 본부장은 "뉴스 앵커, 가수를 비롯해 장차 사람이 하는 모든 일을 버추얼 캐릭터가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AI스피커·뉴스앵커 등 활용 범위 넓어

버추얼 유튜버의 등장에 가장 주목하는 것은 IT(정보기술)·엔터테인먼트 업계다. 대표적인 활용 분야는 인공지능(AI) 스피커다. 현재 AI 스피커는 음성으로만 각종 정보를 안내하지만 화면 달린 스피커가 보편화되면 이용자 개개인이 원하는 캐릭터, 목소리를 선택해 대화하고 상호 교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선 국내에서도 일본의 기즈나 아이 사례처럼 케이팝(K-POP)을 대표하는 버추얼 스타가 조만간 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가상의 캐릭터인 만큼 비행기를 타고 세계 순회공연을 다니지 않아도 언제 어디서든 팬들과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이 강점이다. 특히 5G(5세대 이동통신)가 보편화하면 지구 반대편에서 사람이 움직여도 실시간으로 원거리의 3D 캐릭터가 똑같이 행동하는 것이 가능하다. 일반 기업들도 버추얼 유튜버의 등장을 환영하고 있다. 기존에는 회사·제품 이미지와 맞는 유명인을 찾아 거액에 섭외하고, 혹시 스캔들이 터지지는 않을까 전전긍긍했지만 이제는 그런 걱정 없이 기업 유튜브 방송에 24시간 내내 출연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 유튜브 방송을 활성화하는 촉매제 역할을 할 수도 있다. 누구든 자신의 얼굴을 드러내지 않고 원하는 캐릭터의 모습, 목소리로 유튜브 방송을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양대 김치호 교수(문화콘텐츠학과)는 "기술력의 발달과 맞물려 점차 사람과 흡사한 모습의 버추얼 유튜버가 활동 반경을 넓혀가고 있다"면서 "다양한 한국 버추얼 유튜버의 등장은 K-콘텐츠 산업을 발전시켜 나가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 Chosun Biz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4/04/2019040400144.html?utm_source=naver&utm_medium=original&utm_campaign=biz